시리즈 소개글 HSC는 의대 증원 정국을 맞이하여 <정부 하기 나름이다 시리즈>를 시작합니다.정책의 효과와 한계에 대한 주장은 다 쫓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어지럽게 난무하는 주장들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결국 정책을 통해 누리게 될 효과에 따라 종국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사람들은 시민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의대 증원 논의의 기초가 되는 여러가지 상황을 정리하는 글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혹시 누구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HSC 이메일 [email protected] 로 연락 주세요!

[정부 하기 나름이다] 1. ‘지역’ 의대의 두 얼굴

‘의과대학 정원 증원’ 논의가 뜨겁습니다. 각 지역에서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터져 나오자 정부가 내어 놓은 대책입니다. 정부의 기본 입장은 각 지역의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를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걸로 충분할까요? 한국에서 의사가 양성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 정책은 중요한 지점을 놓치고 있습니다.

지역에는 의과대학이 얼마나 있나요?

먼저 지역의 의사 부족 문제를 고민하기에 앞서, 지역에 의사를 키우는 의과대학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하겠지요. 한국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포함, 의과대학이 총 40개 설치돼 있습니다. 전체 정원은 한 해에 3,058명. 그리고 전체 정원의 4분의 1이 조금 넘는 826명이 서울에 있습니다. 학교는 전체의 5분의 1인 8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의대 정원이 많은 지역은 어디일까요? 예상과는 달리 강원입니다. 학교는 4개, 정원은 267명으로 서울을 제외한 다른 어떤 광역시도보다 의과대학도 많고 정원도 많습니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그냥 강원 사람들이 엄살을 부린 거라고 생각하면 그만인걸까요? 우선 의과대학이 아예 설치되지 않은 지역을 살펴본 뒤 설명하겠습니다.

의과대학이 아예 설치되어 있지 않아 정원이 0명인 전남과 세종을 제외하면, 가장 정원이 적은 광역시도는 울산과 제주입니다. 두 지역 모두 의과대학 1개, 정원은 40명입니다. 이외 지역에는 대부분 의과대학이 2-3개 설치되어 있고 인천을 제외하면 정원도 100명을 넘습니다.

의과대학 정원은 얼마나 균형있게 배정되어 있을까요?

이 숫자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두 가지입니다. 서울에 전체 정원의 1/4 가량이 몰려 있고, 아예 의과대학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의과대학이 없는 세종과 전남에 의과대학을 설치하고 정원을 부여하면 되는 걸까요? 상황은 그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3,058명을 17개 광역시도가 균등하게 나눠서 받으면 각 시도에 180명 정도의 정원이 배분되어야 합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서울은 균등하게 받았을 때에 비해 646명의 정원을 더 받았고, 그 다음은 강원의 87명, 부산과 광주의 70명 순입니다. 적게 받은 곳을 살펴보면 의과대학이 설치되지 않은 세종과 전남이 -180명으로 가장 적고, 그 다음은 울산과 제주의 -140명 순입니다.

이렇게 나누면 인구가 많은 곳에 의과대학이 더 많은 게 당연하지 않냐는 반론이 있을 법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닙니다. 2022년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른 각 광역시도의 인구에 비례하여 전체 의대 정원 3,058명을 나눴을 때도 서울은 266명 더 많은 정원을 배정받았습니다. 그 다음은 강원 176명, 광주 165명 순입니다. 정원이 부족하게 배정된 곳은 경기가 -691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전남 -108명, 인천 -89명 순입니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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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지역별 의과대학 정원과 인구대비 초과·부족 주황색은 인구에 비해 정원을 더 많이 받은 지역, 회색은 인구에 비해 정원을 적게 받은 지역이다. 초과·부족의 규모가 큰 지역은 진한 색으로 표시하였다(서울특별시, 경기도, 전라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