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 "의사를 늘리면 국민들의 의료비가 폭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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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의사 수와 의료비는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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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늘어나면 의사들이 필요 없는 의료행위를 해서라도 환자들의 의료 이용을 유도해 사회에 부담이 될 거라는 의미입니다. 이 이야기를 개별 의사들의 의료 실천에 이 이론을 적용하면 불쾌감은 더 커집니다. 그렇다면 이 '의사 유인 수요' 는 실제로 우려해야 하는 현상일까요? 아니면 반대를 위한 핑계일까요? 오늘의 글에서는 이런 “경제적 현실”의 결과를 둘러싼 논박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측면에서 '의사' 란 어떤 존재이고 우리 사회는 어떤 의사를 기획해야 할 지 대해 논의하고자 합니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 들리는 반대의 의견입니다. 조금 더 어려운 말로는 "의사 유인 수요가 증가한다" 는 말도 보입니다. 모두 의사가 늘어나면 의사들이 필요 없는 의료행위를 해서라도 환자들의 의료 이용을 유도해 사회에 부담이 될 거라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의사 유인 수요(Physician Induced Demand, PID) 라는 이론 혹은 주장은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논거 중 하나로 자주 이용됩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의사 입장에서 “의사 유인 수요”라는 가설이 유쾌할 리는 없습니다. 환자의 건강 필요에 대해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는 의사의 역할을 의심하며 “불필요한 의료를 창출”하는 의사의 능력을 지적하고 이를 무려 이론으로 주장하는 셈이니 말입니다. 의학적 전문성을 토대로 판단했을 때에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의 수준과 범위를 제안하여야 할 의사가 자신의 사사로운 “목표 소득”을 위해 불필요한 처방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런 가설을 “검증”하는 연구가 이루어져 온 거죠. 근본적으로 의료 전문가주의와 불화하는 측면이 있고, 주로 의사 당사자보다는 보건경제학자들의 연구 주제이기도 합니다.
“선생님, 이 치료는 제게 꼭 필요한 치료인가요 아니면 의학적 근거는 애매한데 가격 맞추려고 비급여로 주사 하나 더 맞으라고 하시는 건가요?”
개별 의사들의 의료 실천에 이 이론을 적용하면 불쾌감은 더 커지곤 합니다. 그렇다면 이 '의사 유인 수요' 는 실제로 우려해야 하는 현상일까요? 아니면 반대를 위한 핑계일까요? 오늘의 글에서는 이런 “경제적 현실”의 결과를 둘러싼 논박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측면에서 '의사' 란 어떤 존재이고 우리 사회는 어떤 의사를 기획해야 할 지 대해 논의하고자 합니다.
의사 유인 수요라는 어떤 이론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그림에서 알 수 있듯 의사 유인 수요는 수요-공급 그래프의 기울기와 절편을 변경시키는 사건을 설명하는 대표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이론적으로 시장에서 상품은 가격에 따라 수요가 결정됩니다. 하지만 쉬이 예상하시듯 의료처럼 정보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 큰 상품(commodity)에서 이런 “시장 조정”은 예상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공급자의 재량에 따라 서비스를 얼마나 이용할 지에 대한 결정이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의료비를 통제하기 위해 이런저런 개입을 하더라도 시장행위자인 의료제공자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반영해 더 많은 의료를 이용하도록 하고(Q↑) 전체 이익(B=Q*P)을 보전할 수 있다는 설명인 셈입니다. 여기에는 종종 “목표소득가설”도 곁들여집니다. 사회마다 의사들이 생각하는 일정한 목표 소득이 있는데,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의사들은 제공되는 서비스의 양을 늘려서 자신들의 총 수익을 보전할 거라는 가설인거죠.
특히 “필수의료” 영역에서 의사 유인 수요를 논의할라 치면 더욱 커다란 반발 혹은 논란이 발생하곤 합니다. 한국의 갑상선암 발병률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확인되었듯, 의사들이 안 해도 되는 암 수술을 굳이 하며 의료비를 더 쓰고 있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다 어딘가 도움이 되고 예방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서 하는 일이라는 거죠. 예상컨대 한국에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벌 수 있는 돈이 더 많아서 금전적 이유로 자연분만보다 수술로 아이를 낳을 것을 권유한다는 의혹에 동의하는 산부인과 의사는 거의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