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와 관련하여 두 가지를 추가로 짚어두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수가가 결정되는 방식입니다.

한국은 행위마다 진료비를 매기는 행위별수가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수가는 진료에 드는 여러 가지 자원량에 비례하여 상대가치점수를 정하고, 그에 환산지수를 곱해서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15분 이내로 진행되는 심폐소생술은 1167.19점입니다.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심폐소생술은 여기에 643.38점을 가산하여 1810.57점입니다. 2023년 병원의 환산지수는 79.7원이므로 1810.57점에 곱해보면 14만 4천원 정도가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가를 올리려면 두 가지 방식이 있겠죠. 하나는 환산지수 자체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환산지수는 매해 5월 각 직역(의원, 병원, 치과 등)을 대표하는 단체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협상하여 정합니다. 내년도 수가 인상률이 1.9%다, 이런 표현은 이 환산지수의 인상률을 의미합니다. 환산지수가 높아지면 의료기관이 받는 돈의 규모는 커지겠지만, 공통으로 적용되는 단위 금액이 커지는 것이지 상대가치점수가 바뀌는 건 아니니 의료의 내용에 따른 상대적 유불리가 달라지지는 않겠지요. 다른 하나는 상대가치점수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상대가치점수는 학회끼리 진료 분야의 상대가치의 총점을 조정하고, 이어 학회 안에서 진료 내용에 따른 상대가치점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산정됩니다. 안과의 전체 점수가 정해지고, 그 범위 안에서 백내장 수술의 점수가 정해지는 방식이지요.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은 구조이기는 하지만, 정말로 필수의료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각 진료과 간에, 또 각 진료과 안에서 조정이 이루어져야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흔히 언급되는 수가를 높여달라는 주장은 전문가 조직 내의 이해관계 조정 실패를 덮어두고 일괄적으로 수가를 높여서 해결해 달라는 주장에 가깝고, 그런 방식의 수가 인상으로는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의료서비스의 가격 문제입니다.

한국의 수가가 낮다는 얘기는 이제 상식에 가까운 것이 된 듯 합니다. 계산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아래 그림이 보여주듯이 한국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맞습니다. 아래 그림은 2017년 OECD 국가들의 병원 가격 수준을 OECD 평균을 100으로 해서 계산한 것입니다. 한국은 66이니 가격만 보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합니다.

자료: OECD Health Statistics 2019

자료: OECD Health Statistics 2019

그런데 의료의 가격을 비교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를 먼저 겪은 곳은 유럽연합입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다른 나라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유럽연합은 각 국의 국민들이 다른 나라에 가서 쓴 의료비를 정산하기 위해서, 서비스의 상대가격을 계산해야 했습니다. 그런 야심찬 목표 아래 수행된 HEALTHBASKET 프로젝트의 결론은 표준적인 환자 사례로는 비교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서비스 가격 비교는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단순히 심폐소생술의 가격이 외국의 1/10이다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가격을 비교하기에 충분한 의료서비스의 내용을 정의하고 그 단위로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죠. 각 국의 물가를 비교하기 위해 쓰이곤 하는 빅맥지수와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빅맥지수는 같은 햄버거의 가격을 비교하지, 햄버거 안에 들어가는 토마토, 고기, 양파의 가격을 비교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우리가 구매하고자 하는 것은 햄버거지 그 구성물이 아니니까요. 마찬가지로 의료서비스 역시 우리가 구매하려는 것은 건강 문제가 발생한 이후 퇴원할 때까지 받아야 하는 의료서비스이지 심폐소생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족) 의료의 가격을 비교하는 작업은 이제서야 걸음마를 떼고 있는 단계입니다. 의료비를 많이 쓴다고 해서 꼭 개별 의료서비스의 가격이 비싼 건 아닙니다. OECD에서 제시한 숫자로 한국 의료수가가 낮다고 주장하는 것은 꽤 무리한 주장입니다. 또, 아래 표가 보여주듯 미국은 ‘예외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적절한 비교의 대상이 아니며, 의료비 지출이 많다고 꼭 개별 치료서비스가 비싼 건 아니라는 점을 짚어둡니다.

| | 미국 | 캐나다 (온타리오) | 프랑스 | 독일 | 스페인 (아라곤) | 스웨덴 | | --- | --- | --- | --- | --- | --- | --- | | 일반 소비 | 100 | 94.8 | 87.5 | 84.0 | 75.8 | 109.1 | | 보건의료비 비출 | 100 | 70.8 | 61.1 | 62.8 | 67.8 | 105.3 | | 치료 에피소드 - 고관절 | 100 | 76.1 | 42.1 | 44.1 | 40.6 | 58.4 | | 치료 에피소드 - 울혈성심부전 | 100 | 66.3 | 40.4 | 43.7 | 33.5 | 52.7 |

주: 원문 서지의 표 2를 번역. 미국을 100으로 한 가격 상대치 자료: Lorenzoni, L., Marino, A., Or, Z., Blankart, C. R., Shatrov, K., Wodchis, W., ... & Papanicolas, I. (2023). Why the US spends more treating high-need high-cost patients: a comparative study of pricing and utilization of care in six high-income countries. Health Policy128, 5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