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 22대 국회에서 국민을 대표해 일할 300명의 의원이 선출됐습니다. 이 중 여성 당선자는 60명입니다. 지역구 여성 의원이 36명(더불어민주당 24명, 국민의 힘 12명)으로 역대 최다라고 하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다섯 자리 중 한 자리입니다.
정치 참여에서 성평등이라는 형식적 대표성만 생각해보면 여성들의 국회 진출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정치적 평등은 국회의원 배지 소유권의 양성평등은 아닐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 많은 여성들이 국회에 진출하여 어떤 일을 해내기를 기대하는 걸까요? 예컨데, 성평등한 정치는 사람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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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이 끝났다. 전체 출마자 중 여성 비율이 13.7%에 그쳐 역대 최초로 여성 국회의원이 줄어드는 선거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2024년 임기가 시작되는 여성 당선인은 60명, 20%로 21대 총선과 비교해 1% 늘기는 했다. 국회의원 5명 중 1명, 2024년 한국의 “역대 최다” 여성 정치 대표성의 위치다.
정치적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에서 국민의 대표로 법률을 만들고 정책에 관여하는 의회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인구 구성을 반영해 여성의원 비율도 절반 정도가 되어야 정치 참여의 성평등을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을 테다. 한국은 교육에서 성차가 적어 여성들의 정치적 역량이 높을 것 같지만 실제 의회의 여성 비율은 전 세계 110위 수준에 그치는 독특한 사회다.
유엔 여성에서 매년 산출하는 여성 정치 참여 수준을 보여주는 세계지도. 2023년 기준 한국의 순위는 120위로 중국보다 낮고 북한, 러시아와 흡사하며 일본보다 높았다. 22대 총선에서 20%가 되었으니 바레인, 키르기스스탄과 함께 113위로 순위가 올랐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의 링크를 참조 https://digitallibrary.un.org/record/4006055?ln=en&v=pdf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그 자체로 중요한 주제이지만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는 연구자로서 주로 관심을 두게 되는 영역은 여성들이 정치적 대표성을 행사하게 되었을 때 나타나는 “효과”다.
지금 국회에 들어가는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각자 고유한 삶의 경험과 사회적, 정치적 활동을 기반으로 입법 활동을 하게 된다. 대개 공적 이력만 드러내고 인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들의 경험에는 한국 사회에서 누군가의 딸과 아들로, 직업인이자 생활인, 특정한 지역의 주민으로 살아가며 익히고 축적한 역량이 포함된다. 자연스럽게 여성 의원들이 남성 의원들보다 임신과 출산, 경력단절, 돌봄노동 등 사회가 여성의 역할로 요구하는 문제들이나 성차별과 관련한 현안을 더 잘 파악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다.
여성 의원들이 역량을 발휘하는 건 성평등과 재생산 노동(reproductive labor) 영역 뿐은 아니다. 평소 가정 내 위생과 소통, 돌봄을 담당하던 성 역할과 관련이 있을까? 국제적으로 여자 정치인들은 보건, 복지, 돌봄, 교육 분야에 대한 법안 발의에 더 활발하며[1-2], 부패를 줄이고, 공무원들의 특혜 추구를 막는 등 공공기관의 기강을 잡는 데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2]. 저소득 국가에서는 여성 정치인 비율이 늘어나면 아동사망률이 감소하고[3], 미국에선 여성 의원 비율이 높은 주에서 예방가능한 사망률이 낮고 건강보험 미가입자도 더 적었다[4].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감염병 위기를 진두지휘한 정치적 리더가 여성인 국가와 남성인 국가에서 방역 정책과 성과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여성 정치지도자들은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과 더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의사소통 전략을 구사하고,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교환했다[5-6]. 실제로 여성이 정치적 대표인 국가에서는 팬데믹 초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적었다[7-8].
2020년 4월 13일 관련 내용을 보도한 포브스 기사[9]에 실린 사진 왼쪽 위부터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대만의 차이잉웬 총통,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덴 총리, 아이슬란드의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총리, 핀란드 산나 마린 총리, 노르웨이의 에르나 솔베르그 총리, 덴마크의 메테 프레드릭센 총리
대조적으로 미국, 러시아, 그리고 브라질의 트럼프, 푸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며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한 채 경제적 이해관계를 우선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지칭하며 인종적 적대감을 부추기고, 방역 수칙을 무시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활보하며 확진 직전까지 대규모 정치 집회에서 지지자들을 만난 일로 비판을 받았다. 과학을 무시하며 폭력과 혐오를 조장하고 자기과시적 남성성을 리더십의 자질로 내세우는 정치를 바라보며 해외의 페미니스트들은 유독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이 사람들을 대규모로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개탄을 금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