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 500년 뒤 일본에는 사토 씨 밖에 남지 않는다고 합니다. SNS에서는 이를 “사토 아포칼립스”라고 부르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토 아포칼립스”가 일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닥친 미래라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더욱 놀라운 것은 특정 가문이 세계를 정복한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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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News. (2024.04.04.)[글로벌K] 일본 국민, 500년 후엔 모두 ‘사토 씨’ 된다? [맵브리핑] / KBS 2024.04.04.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xu0HfQP1lf0

KBS News. (2024.04.04.)[글로벌K] 일본 국민, 500년 후엔 모두 ‘사토 씨’ 된다? [맵브리핑] / KBS 2024.04.04.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xu0HfQP1lf0

****일본에서는 500년 뒤 모든 사람의 성이 '사토'가 된다 [1]. 이 사실은 SNS상에서 '사토 아포칼립스'라고 불리며 단숨에 화제가 됐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사토 아포칼립스’ 를 예견한 요시다 히로시 도호쿠대 교수는 일본에서 아직도 시행하고 있는 제도인 ‘부부동성제도,’ 즉 결혼을 하면 부부 중 한 사람의 성으로 통일하는 제도를 원인으로 지목했으나 이는 사토 가문의 일본 정복을 앞당겼을 뿐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다. ‘사토 아포칼립스’는 수학적으로 결정된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의미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 가족의 후손들이 인류 전체를 차지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반복된 아포칼립스의 역사 속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도박의 확률적 원리가 숨어있다.

출산이라는 도박 당신은 돈을 잃을 확률과 딸 확률이 50%로 동일한 도박에 천만원을 들고 참여했다. 당신이 지면 건 돈을 모두 잃지만 이기면 두 배가 된다. 이 게임은 50%의 확률로 2천만원을 얻고 50%의 확률로 빈털터리가 되기 때문에 기대수익은 0.5 * 2천만원에서 원래 돈 천만원을 뺀 0원이 된다. 문제는 돈을 따려면 계속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지면 빈털터리가 된다. 게임을 5번 거듭하여 이길 확률은 50%을 5번 곱한 3%에 불과하다. 10번 연속으로 이길 확률은 0.1% 이다. 기대수익이 0원임에도 불구하고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이 판돈을 모두 잃고 빈손으로 도박판을 떠난다.

한국 부부의 출산 현황은 이러한 도박판의 상황과 비슷하다. 한국은 2023년 기준 무자녀 부부의 비율이 거의 50%에 육박한다 [2]. 특정 부부가 자손이 없을 확률이 50%라는 뜻이다. 이 비율이 다음 세대에서도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부부가 손주를 볼 가능성은 25%다. 4세대 이후에 자손이 남았을 확률은 3%고 10세대 후에도 이들의 자손이 존재할 확률은 0.1%에 불과하다. 이렇게 몇 세대가 지나고 나면 한국인 대부분은 운이 억세게 좋은 몇몇 가족의 후손으로만 이뤄지게 된다.

소수의 가문이 인구 전체를 차지하는 일은 출산율이 높아도 시기만 늦춰질 뿐 결국 일어난다. 부부가 자녀를 가질 확률이 95%라도 5%의 확률로 자녀가 없을 수도 있다면 언젠가는 자손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100세대 이후에도 자손이 남아있을 확률은 0.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부부가 자녀를 갖는 상황에서도 100세대 이후에는 소수의 가문이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Casanova et al. (2020)의 그림 3을 수정[3]

Casanova et al. (2020)의 그림 3을 수정[3]

진화는 우연의 산물 자손을 갖는 것은 내 유전자의 사본을 다음 세대에 넘기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도 우연적 요소가 많이 개입한다. 예를 들어, 인간은 두 개의 유전자 사본을 갖는데 이 중 하나만 후손에게 전달된다. 또, 자손을 가질 확률이 동일한 두 개체도 자손의 평균에 해당하는 확률만 동일할 뿐 실제 자손의 숫자는 다를 수 있다.

이렇게 우연적인 요소에 의해 특정 유전자의 사본이 많아지거나 적어지는 현상을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 浮動)이라고 부르는데 생물 진화의 기본이 되는 현상이다. 대부분의 유전자는 유전적 부동에 의해 자손을 하나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며 한 유전자의 사본이 집단 전체를 차지하게 되는데 이를 고정(Fixation)이라고 부른다.

현대 진화론은 생물 진화의 원리가 확률적인 도박의 원리와 같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출발하였다. 진화론의 이론적 토대를 다진 로널드 피셔(Ronald Fisher)는 현대 통계학과 확률론의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그는 유전적 부동을 따라 유전자가 무작위로 전달되는 상황에서 자연선택의 효과를 분리하려는 노력을 오랫동안 기울였다. 이 노력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데 특정 유전자의 확산이 자연선택 때문인지 확률적 우연 때문인지 가리는 것은 현대의 기술로도 어렵다 [4].

또 다른 입지전적 인물인 시월 라이트 (Sewall Wright)는 유전적 부동이 진화의 가장 기본적인 동력이라고 최초로 주장하였다. 라이트 역시 통계학에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사회과학에서 널리 쓰이는 구조방정식을 그가 최초로 고안하였다. 구조방정식의 목적도 원래는 생물진화를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그만큼 확률에 따른 무작위적 변화는 생물진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알 수 있다.

아담과 이브 시간이 충분히 흐른 뒤에 인구 대부분이 특정 가문 출신으로 대체된다는 사실을 거꾸로 생각하면 현재 존재하는 사람 대부분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을 때 모두 특정 가문 출신이라는 얘기가 된다. 단군왕검이 한민족의 시조라는 얘기도, 아담과 이브가 전 인류의 시조라는 창세기의 얘기도 일정 부분은 수학적으로 사실이라는 얘기다.

다만, 창세기에서 말하는 것과 다르게 아담과 이브가 살았던 시기에는 다른 인류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미래의 일본인이 모두 사토상이라고 해서 현재 존재하는 일본인이 사토상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현재의 인류가 모두 아담과 이브의 후손이라고 해서 동시대의 인류가 아담과 이브 뿐인 것은 아니다.

500년 후의 일본에는 사토 상뿐이다. 그러나 현재에는 사토 상 외에도 다른 성씨의 사람들도 많다. Queau et al. (2015)에서 수정[5]

500년 후의 일본에는 사토 상뿐이다. 그러나 현재에는 사토 상 외에도 다른 성씨의 사람들도 많다. Queau et al. (2015)에서 수정[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