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들은 지역축제에 다녀오신 적이 있나요? 있으시다구요?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지역축제 참석 초청장을 받아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있습니다. 작년에 영양군에 고향사랑기부금을 냈거든요. 요번 글에서는 도시촌뜨기가 영양군에 연루되어 산나물 얻어먹은 사연을 나눕니다. 지역 축제를 핑계로 홍보비를 한탕 해보려는 요량이었다면, 특히 겸손하고 성실해야 했을 유튜버들과 우연히 행선지가 겹쳤던 오월의 기억을 나누어 보려 합니다.

경상북도 영양군은 울릉도 다음으로 인구가 적은 기초지방자치단체다. 2024년 4월 기준 주민등록인구는 15,517명으로 서울의 동별 평균 인구(약 2만 3천 명)보다 작다. 65세를 넘은 주민 비중을 의미하는 고령화율 역시 높은데, 2024년 기준 서울은 약 19%, 경상북도는 25.2%인 고령화율이 영양에서는 41.8% 정도다.

나는 작년과 올해 영양군에 고향사랑기부금*을 냈다. 영양군과의 인연은 박사학위논문을 쓰기 위해 현지조사를 다니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영양군은 2014년부터 경상북도에서 추진하던 주민참여형 건강증진사업(경상북도 건강새마을 조성사업)에 참여하는 20여 지자체 중 하나였다.

비슷하게 의료자원이 부족한 경상북도 내에서도 영양군의 지리와 교통은 특별했다. KTX와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면 휘리릭 당일치기가 가능한 칠곡군 등 인근 지역과 달리 영양군은 편도로만 한나절이 넘게 걸렸다. 서울에서 영양군 보건소를 다녀오려면 어떻게 해도 자고 오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단지 영양 땅만 밟고 오는 게 아니라 건강위원으로 활동 중인 주민들을 만나 면담을 하고, 건강위원회 회의를 참관하고 식사 등 뒤풀이 자리에 껴서 분위기를 파악하며 의견을 물으려면 하루로는 부족했다.

영양군청 홈페이지 영양소개>일반현황>지역여건 https://www.yyg.go.kr/www/introduce/general_status/conditions

영양군청 홈페이지 영양소개>일반현황>지역여건 https://www.yyg.go.kr/www/introduce/general_status/conditions

*기부자 본인의 주민등록등본상 거주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고 지자체는 이를 모아 주민 복리에 사용하는 제도다. 10만 원까지는 100%를, 10만 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16.5%에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대부분 지자체에서 기부 금액의 30%의 답례품을 지역특산물로 제공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렇게 연이 닿은 영양군에서 차츰 아는 사람들이 생기고, 건강마을 사업을 쫓아다니며 자연스럽게 관계가 만들어졌다. 사과 농사를 지으시는 건강지기님이 철마다 사과를 택배로 보내주시고, 나는 지기님이 서울의 큰 병원 외래에 치료받으러 오는 날이면 병원에서 커피를 사며 영양군 소식을 물었다. 이런저런 계기로 영양군에 방문할 때마다 지역의 의료자원과 필요를 물으며 돌아다녔고, 의료취약지 영양군의 사정을 고민하는 영양군 보건소장님과 대화하며 군 내 보건의료 현황과 주민들의 고충을 멀리서나마 파악하게 됐다.

물론 도시에서 나고 자란 30대가 일 년에 몇 번 만나고 찾아가는, 느슨한 관계가 생겼다고 해서 지역의 일상과 사정을 헤아리게 됐을 리 없다. 하지만 영양군에 사는 지인들이 생기고서 나는 세상의 여러 일들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느낀다.

코로나19 유행 때는 내가 사는 지역과 더불어 영양군의 코로나19 유행과 대응 현황을 자연스럽게 살피게 됐다. 영양군은 2020년 “코로나 청정지역”을 지키기 위해 어르신들 모여 식사하던 마을회관을 폐쇄하고, 월수금은 남탕 화목토는 여탕으로 알뜰하게 활용하던 목욕탕 운영을 금지했으며, 사회복지시설의 거주자와 종사자를 한 곳에 격리하는 ‘예방적’ 코호트를 실시했다. 감염예방수칙을 앞세운 선제적 대응이 주민의 삶을 파고드는 기막힌 사례들이었다.

막연한 숫자를 구체로 상상할 수 있을 때 달라지는 것들

의료 자원 불평등을 이야기하며 자주 인용되는 숫자들이 있다.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서울은 4.8명이지만 영양군의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0.6명이라는 숫자 같은 것들이다. 노인이 더 많으니 병원 갈 일은 분명히 더 많다. 하지만 의사 수는 채 1/8이 되지 않는 지역사회의 의료는 어떻게 배치되어 있을까. 정부는 코로나 대응부터 전공의 사직 대비까지 도시에 의사가 부족할 때 마다 공중보건의(공보의)를 동원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도시라면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각 지역에 공보의를 파견하기를 중단한다면 당장 영양 내에서 일하는 9명의 의사 중 2/3 이상이 사라진다.

성실하고 꼼꼼해 인기가 좋았다는 소아과를 전공한 공보의가 근무를 마치면서 영양군 내 아이들이 소아과를 가려면 안동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게 된 최근에도 반복된 사정은, 때마다 군이 직접 나서서 전문의 배치를 요청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을 찾아 민원을 호소하게 되는 오랜 문제다. 비슷한 상황의 군들이 전국에 많이도 있지만 언론이 주목하고 정부가 움직인 건 수도권 소아과의 오픈런과 예약 전쟁 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올해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구축 시범사업>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시범사업의 주 참여 대상이라는 2차 병원이나 아동병원은 물론, 소아과 의원조차 없는 영양군 같은 지역에선 “소아 진료비 가산” 같은 정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조차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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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군의 어느 식당 앞 애옹이 https://www.yyg.go.kr/www/citizen_participation/publicity/promotion?idx=152031&mode=view

영양군의 어느 식당 앞 애옹이 https://www.yyg.go.kr/www/citizen_participation/publicity/promotion?idx=152031&mode=view

영양군 산나물 축제를 방문하는 어떤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