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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기억하시나요? K-상병수당 요모조모 1탄(☞ 바로가기: K-상병수당 요모조모-①상병수당 알아보기)은 위 그림을 통해 상병수당의 필요를 설명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건강이 나빠서 잃게 되는 소득에 주목해서 상병수당의 필요를 이야기했고요. 그림을 다시 한번 볼까요? 건강 문제가 빈곤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경로가 보입니다. 바로 치료와 돌봄 비용의 발생입니다.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의료빈곤화(영어로는 medical impoverishment라 합니다) 경로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보건의료제도는 오랫동안 지나친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불충분한 의료이용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최근까지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여러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요. 암이나 희귀병처럼 치료비가 많이 드는 질환에 있어서 의료비를 줄여주는 산정특례 제도는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결핵은 2009년 산정특례 제도에 포함되면서 전체 의료비의 약 30%였던 본인부담금이 10%로 낮아졌고, 2016년부터는 치료에 드는 본인부담금도 전액 면제되면서 “결핵 먼저 무상의료”를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의료비 보장 강화 미스테리❓

갑자기 웬 산정특례 제도와 결핵이냐고요? 오늘은 산정특례와 결핵을 사례 삼아 의료비를 충분히 보장하면 아픈 사람이 잘 지낼 수 있는지 살펴보고, 다시 한번 상병수당의 필요를 이야기하려 해요. 결핵은 완치를 위해 최소 6개월부터 최대 20개월 간 항결핵제를 꾸준히 복용하면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오래 독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의료비까지 비싸다면, 치료를 중단하거나 건너 뛰기 쉽겠지요. 이런 점에서 결핵에 대한 산정특례는 결핵치료비를 줄여주어서 결핵 환자들이 길고 고된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입니다.

의료비 보장은 더 나은 결핵 치료 결과를 담보할까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보장성이 확대된 2016년 전과 후, 산정특례 대상자인 건강보험가입자와 비대상자인 의료급여수급권자의 결핵 치료완료율 차이를 비교해 보았습니다(☞바로가기 : 의료비 할인을 넘어 - 한국 결핵 환자의 본인부담금감면 정책에 따른 건강결과의 이중차분 분석). 이 연구에서는 네 가지 가설을 세우고 그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산정특례 제도는 연구가설과 같은 성과를 내는 데 성공했을까요? 아쉽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분석 결과 2016년 이후 산정특례 대상 결핵 환자의 치료완료율은 더욱 감소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장성 확대 전에도, 그리고 후에도 산정특례 대상 결핵 환자와 비대상 결핵 환자의 치료완료율 차이는 없었습니다. 이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결핵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받으면서 잘 지내기 위해서는 의료비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다른 사회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결핵 치료에서는 약을 잘 챙겨 먹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약을 잘 먹는 일은 사실 매우 어렵습니다. 의료비 보장은 물론이고 안정된 주거와 양질의 식사, 치료를 받으러 가기 위한 시간과 돈, 때로는 약을 잘 챙겨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도 필요합니다(감기약도 제때 챙겨 먹지 못해 버려지는 일이 많지요? 결핵환자가 꼬박꼬박 약을 먹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는 ‘단기직접복약확인(Directly Observed Treatment short course, DOTS)’은 매우 중요한 치료 전략 중 하나 입니다).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 빠져선 안 될 조건 중 단연 으뜸은 소득 보장이겠지요. 어떤가요, 상병수당 제도의 취지와 꼭 들어맞지 않나요?

결핵과 줄어드는 소득

결핵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치료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건강이 나쁘면 소득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결핵에 걸린 건강보험 가입자의 가구 소득 변화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결핵 진단 받은 년도 그리고 그 전후 2년을 포함해 총 5년 간의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이때 여성과 남성, 그리고 노동시장 참여 인구의 소득원에 따라 소득이 변화하는 그 성격도, 모습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 집단의 고유한 소득 변화를 따라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