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없는 한국의료 6개월, 남겨진 질문들] 세 번째 이야기 : 환자의 말, 시민의 삶

2024년 2월 19일,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개강을 맞은 의대생도 수업을 거부하며 휴학을 선언하자 ‘의료 대란’이 일어난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지만, 정부와 의사 모두 바람직한 의료가 무엇인지 열변을 토하고 있을 뿐이다. 이미 '수가'와 ‘응급실 뺑뺑이’라는 낯선 단어의 홍수 속에서 시민이 지역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돕는, 바람직한 의료라는 의료개혁의 본질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 ‘난리’를 감당하고 있나? 6개월의 궤적을 되짚으며, 우리는 질문을 던진다.

‘의료공백’사태를 넘어 최근 곳곳에서 ‘응급실 셧다운’까지 벌어지자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브리핑·기자회견을 통해 또다시 ‘의료개혁’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응급실 셧다운’ 사태를 “원래부터 그랬다”는 말로 일축한 뒤(☞관련기사: 尹 "응급실 의사 부족이 근본문제…국민 안전하게 만들때 됐다"(2024.08.29 연합뉴스)), 수가를 인상해 의사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의 불편은 점점 커지고 있음에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새롭지 않았다. 정부는 이미 사태 초기부터 ‘수가’ 등 의사 집단이 요구해 온 단어를 내세우며 해결을 도모해 오고 있다.

집단행동을 두고 ‘대화’를 요청하는 모습 역시 6개월의 반복이었다. 윤 대통령은 “(의사단체와) 쭉 소통해왔지만, 통일된 의견이 도출이 안 된다”(☞관련기사: [지상중계] 尹대통령 국정브리핑·기자회견-4 (2024.08.29 연합뉴스))며 초기부터 보여온 정부의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이미 정부는 의사 집단과의 협상과 관련, 전권을 갖고 대화할 수 없는 대표 혹은 집단이 없다는 사실에 당황한 모습을 보여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개혁’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개혁’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 = 대통령실

국정브리핑에서 하루가 흐른 지난달 30일 정부는 연이어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내놨다. 중증수술과 마취 등 하기 어렵거나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는 의료에 대해 수가를 인상하겠다는 점, 실손보험의 본인 부담을 강화하고 비급여 보장범위와 수준을 제한하겠다는 점, 지역 거점병원을 육성하겠다는 점 등이 골자였다. 세부적인 사항이 추가됐을 뿐, 정부가 발표한 방안이 사태 해결에 당장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으로 하기 어렵다.

환자’ 내세우는 말 속에 환자가 없다

정부가 연이어 내놓은 대책이 현행 체계의 개선과는 관련이 없는, ‘반복’ 격이었다면 대립하고 있는 의사 집단의 대안은 어땠을까. 살펴보고 싶어도 의사와 의대생들은 병원과 학교에서 일사불란하게 빠져나간 초반 모습과는 달리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데 계속 실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입장이 없는 것이 단일 안이라고 답했고(☞관련기사: 尹, 2천명 얘기하면서도 "대화하자"…의사들 "증원 철회가 우선"), 전공의들은 7대 요구안의 수용이 선결 조건이라고 답했다(☞관련 기사: 대통령-전공의 만남 후폭풍…"그래도 대화해야" vs "백지화부터"). 그러나 이와 같은 발언은 공식적인 형태와는 거리가 멀고, 형태를 갖추고 있는 의사들의 요구는 대한전공의협의회 7대 요구안뿐이다. 요구안의 핵심은 물론 1번으로 내세운 의대 증원 철회(요구 1-2)에 있으나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요구 3-5), 전공의에 대한 정부개입 금지(요구 6-7) 역시 전공의단체가 꾸준히 주장해 온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