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없는 한국의료 6개월, 남겨진 질문들] 다섯 번째 이야기: 의사들은 도대체 왜

<aside>

2024년 의료대란에서 반복되는 질문이 있다. 의사들은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는, 정말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황당함이 묻어나는 의문이다. 반면 의사들은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을 비판하며 언론과 시민들이 의사를 ‘악마화’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의사들은 도대체 왜 의대 정원 증원을 수용하느니 의료를 멈추겠다고 말하는가. ‘미래’를 말하기 위해, 우리는 의사가 탄생하는 과정과 그 내부정치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aside>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음," "죽음에 대한 공포로 온몸이 마비되고, 의사에게 진료받지 못해서 생을 마감할 뻔한 경험들이 여럿 쌓이고 쌓여야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심을 갖게 된다.” (2024년 9월 11일자 연합뉴스 보도)

2024년 2월,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공식 발표한 이후 의사 집단의 언행은 언제나 화제가 됐다. ‘죽어도 감흥이 없다’는 윤리의식이 결여된 표현부터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는 ‘총살감’이라는 극단적 집단의식까지, 혐오문화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가 화제 되던 당시처럼, 의사 집단의 동질성과 문화는 그 자체로 사회와 혐오, 계급에 대한 사회적 경보를 울렸다.

◇ 의사와 의대생들이 모여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들의 신상을 공개하며 조롱하는 글이 게시되고 있다. 2024년 3월 7일 YTN 보도. https://youtu.be/OHVHnGeYc8Q?si=L4L7IhDiWcYLpgmS

◇ 의사와 의대생들이 모여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들의 신상을 공개하며 조롱하는 글이 게시되고 있다. 2024년 3월 7일 YTN 보도. https://youtu.be/OHVHnGeYc8Q?si=L4L7IhDiWcYLpgmS

이와 같은 일탈행위가 널리 알려지자, 일부 의사들은 ‘익명 발언의 출처가 어디냐,’ ’소수의 일탈로 한 집단을 악마화하지 말라’며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소수의 일탈’이라고 해도, 이러한 말들이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여론을 빠르게 악화시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미 의사 집단은 여러 차례 시민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발언을 해 왔을뿐더러, 대표성을 가진 이들조차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의사 직역의 공식 법정단체, 대한의사협회의 전현직 회장들은 번번이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인의 말이라고 보기 어려운 발언을 해왔다(☞관련기사: "겁주면 지릴 줄" "김일성 믿겠다"…'막말' 의사들, 다른 의도 있다?, 의협 회장 출마자 막말 논란...女의원에 "이 X친 여자가 의사를...").

강경 발언, 배신감···의사들은 어디로 가나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들의 과격한 ‘여론’이 전체 의사들을 대표하는지 여부, 혹은 공식 입장인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매파”로 분류되는 과격하고 극단적인 입장이 전체 여론을 끌고 가는 탓이다.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고,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 없지는 않았다. 2020년 의사 파업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냈던 “다른 생각을 가진” 의사와 의대생 단체는 지금도 시민을 설득하고 함께 나아가자고 호소하고 있다(☞관련기사: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의대생의 호소문, 집단행동 반대하는 전공의·의대생들 “의사 수 충분치 않아…공공의료 대안 논의해야”). 서울대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시민의 의견을 듣고, 시민이 어떤 의료를 원하는지 함께 이야기하자는 의견을 표명했다(☞관련기사: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의료개혁 관련 토론회). 하지만 의사들을 공식적으로 대표하는 조직들은 여전히 공적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와의 대화와 관련, 지난 13일 오후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이에 정부는 또다시 추가적인 대화의 자리를 요청하고 있다(☞관련기사: 의료계 공동선언 "정부 변화 없는데 협의체 참여 시기상조", 추경호 "의료계 발표 아쉬워…아직 대화의 문 열려 있다"). 정부와 대화에 나서는 일과 관련, 구성원을 배신하는 행위로 여기기까지 하는 모양새도 여전하다(☞관련기사: 경기도의사회 “의대생·전공의 빠진 의료계 입장 발표는 월권”).

사회적 논의를 거부하며 의료를 멈추고 정부의 ‘백기투항’을 기다리는 완고한 태도는 2020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구성원의 뜻을 모아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대표의 존재감은 한층 옅어졌다. 시민들이 응급실을 찾다 사망하는 등, ‘의료 대란’으로 인한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치권은 여·야·의·정 4자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그야말로 ‘초당적 협력’에 나섰으나 여기에 보조를 맞출 대표자조차 없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한덕수 총리,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함께 ‘지역·필수의료 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를 개최했다. 사진=국민의힘 TV 유튜브 화면 캡쳐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한덕수 총리,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함께 ‘지역·필수의료 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를 개최했다. 사진=국민의힘 TV 유튜브 화면 캡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진 등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오마이TV 유튜브 화면 캡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진 등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오마이TV 유튜브 화면 캡쳐

다른 위치, 같은 입장

이렇게 똘똘 뭉쳐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의사들의 이해관계는 과연 단일하다고 볼 수 있을까? 꼭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