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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결심, 다들 지키고 계신가요? 체중조절, 건강한 식단, 미라클모닝, 갓생살기. 무엇이든 실천은 3월부터가 진짜라구요? 내일의 나에게 맡긴다구요? ‘갓생’과 멀어지는 나를 탓하면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오늘도 무언가를 소비하고 있나요? 오늘은 함께 새해다짐을 돌아보면서 우리의 결심과 선택을 둘러싼 경제학자들의 진단과 마케팅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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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정보, 서비스, 생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판매하고 소비하는 사회에서 연말연시는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신년운세를 보면 추첨권을 준다거나, 새해다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인행사를 진행한다는 광고문구는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특히 헬스장은 매년 1월 1일마다 회원권을 끊기 위해 방문하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입구까지 빽빽하게 걸린 바디프로필 사진을 보며 내심 변화한 나를 상상하게 만드는 곳. 수많은 다이어트 비법과 추천운동종목이 경쟁을 거듭한 끝에 유행이 없는 것이 유행인 시기에 진입했기 때문인지. 요새는 자신의 운동성향과 원하는 체형에 대한 맞춤상담이나 트레이너와의 1:1 일일체험이라는 통과의례도 생겼다.
자료: 네이버 웹툰, 모죠의 일지
하지만 뿌듯함도 잠시, 헬스장을 끊어놓고 가지 못하는 2월, 그리고 허무한 3월이 시작됐다. 헬스장을 끊어놓고 가지 않는 것은 비합리적인 일이다.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어쩐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일은 과연 개인의 문제일까?
최근 회원권을 얻기 위한 여정은 점점 더 험난해지고 있다. 등록기간과 결제방식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착순 할인, 기간한정 특가, 특별 프로모션, SNS 홍보나 챌린지 참여 시 혜택 등, 마케팅전략이 홍수처럼 쏟아져 판단을 어지럽힌다. 하지만 몇 번의 경험을 통해 1년짜리 회원권을 끊어 봐야 손에 꼽을 만큼 방문하게 된다는 진리를 깨달은 어른들은 흔들림 없이 1달, 혹은 3개월짜리 회원권을 선택한다. 건강도 챙기고 통장잔고도 지키는 현명함에 뿌듯함이 밀려온다.
그러나 이러한 ‘마케팅’에 당신의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원인이 자리하고 있다. 합리적 인간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선택의 결과를 자기통제의 문제로 진단했다. 스스로의 선택을 철회하거나 번복해 매일 꾸준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하지 말아야할 행동을 선택하는 것은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비용이라도 덜 내는 선택지를 고르거나, 스스로를 더 효율적으로 갈고 닦을 수 있는 도구를 곳곳에 설치하라고 처방한다. 처방에 따르면 ’역대급 할인‘이나 ’무제한 이용‘을 앞세운 정기권보다 일일권을 선택해 비용을 아끼거나, 습관기록용 리마인더 어플을 시도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헬스장 회원권뿐 아니라, 신용카드, 구독제 서비스, 의료보험까지. 미래를 위한 선택이 온통 소비를 통해 이뤄지는 세상이다. 이미 마케팅 전략에 휩쓸리지 않는 세 가지 비법이나 똑똑한 선택을 위한 꿀팁조차 소비상품으로 전락한 이 거대한 불공정 계약 속에서 개인의 의지박약을 탓하긴 어렵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사람들은 오늘도 작심삼일의 화살을 서로에게, 자신에게 돌리곤 한다.
물론 정말로 ‘의지력 부족’의 문제를 전세계에 생중계하는 집단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국내외 정치판에서 펼쳐지는 정치인들의 자기통제력 상실과 사회적 무책임말이다. 대의민주주의 제도라는 사회 계약을 무시하고 특정 집단을 범죄화, 비화하는데 거리낌없는 해로운 남성성이 집단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군이 부당한 지시 안 따를 거란 전제 아래 비상계엄”했다는 궤변은 헛웃음을 유발하고, ****자국민 90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자는 미국 대통령으로 재선한 뒤 끔찍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두 해로운 지도자는 통제력도, 그 어떤 사고와 논리도 없는 행보가 무엇인지 전세계에 실시간 생중계를 하는 중이다.
지나간 줄 알았던 과거의 기억을 현재진행형으로 되돌린 국내외 국가수반들을 통해 자기 과신과 통제력 부족으로 인한 비효율적 선택에 예외는 없다는 사실을 확인받는 것은 실로 유감이다. 자신만의 국정철학을 관철하기 위해 그동안 한 사회가 쌓아 온 절차와 구조를 무력화하려는 선택으로 인해 누군가는 실직, 파산, 정신건강의 악화를 경험해야 한다면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밤잠을 포기한 채 거리로 나간 시민들이 바라는 바는 분명하다. 경험이 장기적으로 옳은 길을 추구하는 사회적 계약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것, 그리고 다시는 이 ‘통제력 부족’집단이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계약을 위반하는 사례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다. 거리로 나서느라 헬스장 등록조차 잊고 있었던, 뒤늦게 새해를 맞이하고 계획을 세운 시민들도 이제는 자본주의가 부추기는 ‘불공정 계약’에 속지 말아보자. 세상에 공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