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의 분디부교형 에볼라 누적 확진자가 지난 7월 30일 기준 3,605명에 달했다. (☞관련 기사: 분디부교 바이러스로 인한 에볼라 질환 - 콩고 민주 공화국). 분디부교형은 2007년 우간다 분디부교 지역에서 처음 확인된 에볼라바이러스의 한 종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을 포함한 아프리카의 시민들은 백신도,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의료 접근성도 박탈당한 채 2026년의 유행을 지나고 있다.

에볼라가 유행하고 있는 지역들은 주민들이 평소부터 인도주의적 위기와 분쟁 상황을 겪으며 폭력을 피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거듭해오고 있던 곳이다. 건강불평등이 언제나 기존 불평등의 축을 타고 심화되듯, 이 지역에서는 의료, 깨끗한 물, 식량, 주거, 보호를 포함한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제한도 보고돼 왔다. 폭력을 피해 이주하는 국내 실향민(IDP)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 높은 질병 전파 위험 아래 있는 것도 유사한 이유다.

에볼라는 대표적으로 제국주의의 역사, 그리고 국제적인 불평등과 관계된 질환이다. 근대 제국주의 확장 시기, 서구 열강은 원주민의 땅에서 무분별한 채광, 난개발, 삼림 파괴를 일삼았다.

식민주의에 기반한 급격한 도시화의 결과, 자연 생태계는 교란됐고, 바이러스 숙주인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 면적은 급격히 넓어졌다. 에볼라 같은 바이러스가 인간 사회로 유입될 환경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제국주의 이후

자원 수탈로 인한 생태적, 경제적, 사회적 황폐화는 해당 지역의 사회적 자본을 약탈하는 결과를 낳았다. 동시에 그 땅에 살던 사람들을 위해 기초적인 자원조차 제공하지 않았던 식민 권력은 수탈한 땅에 에볼라가 유입됐을 때 이를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기본적인 방어선조차 없게 만들었다.

반면 식민주의의 권력 속에서 본래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은 관리해야 하는 인구로 처리되었다. 이 과정에서 보건과 의료는 핵심적인 기술로 기능했다. 예를 들어 식민지 보건 당국은 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하기보다는 강제 격리, 통행 제한, 전통 장례 금지, 처벌 등 중심의 권위주의적 정책을 집행했다. 이는 이후 에볼라가 확산된 지역에서 적절한 공중보건적 조치가 이뤄지기 어렵게 하는 문화적 배경으로 기능했다.

현재의 국제보건 상황은 이와 같은 연속선상에 있다. 과거 식민 당국이 환자를 치료하기보다 통제하는 데 집중했던 것처럼, 자원 추출로 부를 얻은 국가들은 파괴되고, 질병을 겪고 있는 나라 주민들에 대해 지원은 커녕 ‘입국금지’와 같은 대응을 반복한다.

일례로 미국은 지난 5월부터 에볼라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콩고민주공화국·우간다·남수단에 체류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고, 최근에는 콩고민주공화국 체류 자국민에 대해서도 입국을 금지했다. 캐나다도 뒤를 이어 콩고민주공화국과 우간다 체류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반면 국제보건 위기 해결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WHO 보건 위기 프로그램은 2024년과 2025년 당시 무려 5억 5,300만 달러의 자금 부족에 시달렸다. 비상 사태 대비 기금은 2026년 초 기준 1,950만 달러밖에 남지 않았고, 지역 비상 대응 인력은 절반으로 줄었다 (☞관련 기사: 각국이 레바논과 이란에 대한 공격 문제를 표결에 부치는 가운데, 비상사태 대비 자금 고갈에 대한 암울한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아프리카질병통제예방센터(아프리카 CDC)는 지난 6월 콩고민주공화국·우간다의 분디부교형 에볼라 대응을 위해 14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추계했지만,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예산 확보는 요원하다. (☞관련 기사: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Africa CDC)는 에볼라 대응에 필요한 자금이 14억 달러로, 기존 예상보다 3배 더 많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간의 미납 분담금(약 2억 6,000만 달러, 3,800억 원)을 남긴채로 2026년 1월 WHO를 탈퇴해, 최소한의 책임마저 기대할 수 없는 혼란의 시기가 도래했다 (☞관련 기사: 미국, WHO 탈퇴…약 2억 6천만 달러 미지급금 남겨둬).

규범을 만드는 권력, 규범이 다루는 삶

반식민주의 철학자인 실비아 윈터는 식민주의 속에서 인간의 표준이란 백인, 그리고 남성 성인을 기준으로 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참고자료: 존재/권력/진리/자유의 식민주의를 불안하게 하다: 인간에 대한 인간 이후의 과도한 대표성 논쟁) . 그리고 식민지배를 기반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 온 '국제보건'은 여전히 그 '표준'을 기반으로 돌봄받을 권리를 판별한다.

한국은 오랫동안 그 '표준'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 온 나라다. 그리고 이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엄연히 고소득국가의 반열에 올라선지 오래다. 많은 한국시민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것처럼 한국의 문화는 세계 시장에서 세련된 상품으로 팔려나가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유학생들이 줄을 선다.

그러나 이러한 위치를 차지하기까지는 무엇이 있었을까? 한국의 근대사가 증언하는 것처럼 노동자에 대한 탄압, 빈민 대한 강제 이주, 장애인 불임과 차별, 집단학살, 젠더화된 착취와 억압이 있었다.

문제는 한국이 '표준'을 달성하며 이제 한국과 같은 위치 그 자체를 수출하고자 나섰다는 데 있다. 현재 에볼라로 고통받고 있는 콩고에 한국이 지난 20년간 꾸준히 보낸 것은 한국식 근대화의 대표격인 '새마을운동'이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은 새마을지도자 교육을 통해 이와 같은 근대화의 방식을 수출했고, 2004년에는 수료생을 중심으로 콩고새마을회가 세워졌다 (☞관련 기사: 경북도, 콩고에 새마을운동 보급한다). 아프리카개발은행과 한-아프리카 경제협력 신탁기금(KOAFEC)은 에티오피아와 코트디부아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새마을운동 모델빌리지’ 사업을 벌였다 (☞관련 자료: 아프리카개발은행과 한국이 아프리카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농촌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는가).

https://www.afdb.org/ar/projects-and-operations/selected-projects/how-the-african-development-bank-and-korea-are-transforming-african-villages-and-boosting-rural-economies-167

https://www.afdb.org/ar/projects-and-operations/selected-projects/how-the-african-development-bank-and-korea-are-transforming-african-villages-and-boosting-rural-economies-167

미국도, 유럽도 아닌 한국의 사례가 아프리카 국가로 손쉽게 '이식'된 배경에는 후발적으로 근대화를 달성하게 된 한국의 위치, 그리고 '발전'의 이데올로기로 기업의 부를 늘리고자 하는 한국의 소망이 있다 (☞참고자료: 콩고민주共서 꽃 피우는 새마을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