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은 HSC가 첫 글을 공개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HSC는 그동안 건강을 중심으로 노동, 지역, 젠더를 오가며 52개의 글을 썼습니다. 지난 8월에서 9월 사이에는 ‘전공의 없는 한국의료 6개월’시리즈를 홈페이지와 오마이뉴스에서 동시 발행하며 6개월간의 ‘대란’을 지역 관점에서 돌아보고 비평하기도 했습니다.
2년차에 접어드는 HSC는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번 ‘6개월’시리즈와 같이 시사적인 사안을 깊이 있게 해석하는 기획을 정기적으로 도모하고, 지금까지 ‘지역불평등’담론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사람을 중심에 두는 지역 들여다보기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책도 소개해 볼 작정입니다.
충분한 해석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매주 한 편 발행하던 글은 격주로 발행합니다. 하지만 변함없이, 언제나 읽어주시는 여러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귀를 세우고 깨어서 있답니다. 말을 걸어 주시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 주세요. 다음 글은 11월 5일 찾아옵니다. 앞으로도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문다슬 매니저가 올 7월 열린 HSC워크숍에서 그린 HSC로고
김새롬 전 매니저와 문다슬 현 매니저가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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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 지구를 점령하기 한 해 전, 우리는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20년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속 주인공이 젤리와 유령으로부터 학생들을 지키는 것과 달리, 보건학은 개인이 아닌 인구집단의 건강에 초점을 맞춥니다. 보건학은 질병 발생 이후에 치료에 전념하는 의학과도 다른데, 질병이 발생하기 전 예방을 고민합니다. 손을 잘 닦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개인의 행동이 신종감염병 유행을 줄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연구부터 사회의 보다 구조적인 특성이 인구집단의 건강과 어떻게 연루되는 지에 대한 탐색도 보건학의 중요한 연구 분야입니다. 그러니까 시민들의 서명운동과 집회 참여 등 직접행동이 활발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에서 사람들의 건강 수준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아질 때에 사람들의 정신건강은 어떤 영향을 받는 지 같은 궁금증이 우리의 연구 질문이었습니다.
우리가 독립적 연구자로서의 자격을 얻고 얼마 안 된 시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와 국가, 더 나아가 전 인류 공동체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노력을 목격하고 동시에 거기에 연구자로서 동참하게 된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그저 학술공동체에서 주로 논의되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되어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 팬데믹 속에서 피해를 줄이고 서로를 지키는 데에 인구집단 건강에 대한 기존의 지식이 필요해 졌기 때문이지요. 불안정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시간적 제약으로 의료이용을 하기 어렵고, 취약한 사람들은 낙인이 있는 감염병 검진을 꺼려 진단과 치료가 늦어진다는 이미 알려져 있지만 대비하지 않던 불평등이 현실을 걸어다니며 감염병을 퍼뜨렸습니다. 좀 더 좋은 지식을 잘 소개하고 사회적 노력으로 번역하는 일들은 누구의 책임인지, 우리는 공부하고 익힌 내용에 대한 책임을 어디까지 져야 하는지 고민스러웠죠.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일에 열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수상한 일이 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빈 공간을 들여다 보는 일은 그 공간으로 한 발짝 내딛는 일이었을까요. 결국 그 공간을 스스로 채워보자고 힘을 합쳐보자는 약속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그 결과가 건강 사회주의 구락부(Health Socialist Club)이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우리의 여정은 확신을 가지고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지런히 한 해를 지난 이후 우리는 함께 무언가를 도모하고 노력해보자고 결심하길 참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는 계획하거나 욕심내지 않았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평소 말로만 나누던 고민을 글로 남기고, 현실을 근심하고 걱정하는데 그치기 보다는 끝없는 논의를 거쳐 필요한 말과 글을 추리고 추려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성실히 나눈 글은 어느새 52편이 되었습니다.
매니저가 변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HSC의 멤버들은 무언가 하나 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힘을 합치는 마른 장작들이라는 사실입니다(건강 사회주의 구락부가 아니라 마장회(마른장작회)가 될 뻔했던 사실(!)을 슬쩍 나누어 봅니다). 우리 마른 장작들은 앞으로도 적절할 때에 필요한 말과 글로 사회와 진심어린 소통을 하려 합니다.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다정하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건네는 말과 태도가 최소한 냉소와 무책임은 아닐 거에요. 우리는 언제나처럼 느리더라도 우리가 선 곳에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서로를 설득하며, 진보를 희망하려 합니다. 여러분도 이 곳을 오가면서 한 마디씩 걸어주신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지난 1년 감사했고, 앞으로의 1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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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다슬 매니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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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까지 1년간 HSC의 매니저를 맡게 된 문다슬 박사는 노동과 건강, 사회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뒤 2019년 노동시장정책과 자살률의 관계를 분석해 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어요. 이후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부연구위원으로 일하며 '서울형 유급병가지원 제도' 등, 현재 정책으로 구현돼 있는 다양한 제도 연구에 힘썼고, 2020년부터는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며 이슈페이퍼 ’**한국형 상병수당의 쟁점 – 누구를 보호할 것인가?’**발행을 주도했습니다. 2022년에는 1년간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실장을 역임하며 연구소가 사람, 노동과 건강담론을 학술적으로 연결해 나가는 데 기여했어요. 2024년 8월부터는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는 부산광역시감염병관리지원단에서 감염병정책분석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병원노동자의 한 사람으로, 그리고 지역 감염병 대응기관의 일원으로 보다 사람과 노동을 중심에 두는 감염병 대응이 가능하도록 힘쓰는 일을 합니다. 가을 저녁에 부는 선선한 바람과 풀벌레 소리, 그리고 보라색 꽃을 좋아합니다. 노동과 건강의 복잡한 미로를 함께 헤매며 사회과학으로서의 건강연구를 넓혀나가는 일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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