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9일, 서울을 포함한 각 지역 병원에서 전공의가 병원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을 발표한 뒤였다. 전공의가 현장을 이탈하니 ‘의료 대란’이 일어난다는 보도가 즉각 쏟아졌고, 정부는 ‘강경 대응’을 하겠다며 나섰다. 그러나 ‘정부와 의사’ 간의 공방 속에서 지역 주민들이 겪은 일은 무엇이었나? 우리는 6개월간의 알려진 이야기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짚는다.
그날 이후, 지역
전국 수련병원에서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하던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자 먼저 곡소리가 나온 지역은 수도권, 그리고 비수도권 대도심이었다. 대학병원을 찾던 주민들 사이에서는 수술과 진료 예약이 밀릴 것을 걱정하는 의견이 줄지어 나왔다. 지역에서 거점 역할을 담당하던 병원은 앞다퉈 중증 환자 이외에는 퇴원을 권유했다.
2024년 2월 20일자 부산일보 2면
2024년 2월 21일자 광주일보 4면
응급실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아플 때 처음 방문하고,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정해 주고, 살인적으로 긴 노동시간 속에서 병원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 한국에서 응급실은 사실상 종합진료센터이자 일차의료 역할(참고 : 그걸 알면 환자가 아니라 의사였겠죠?)을 하고 있는 탓이다.
이미 코로나19 이후 '수용 거부'와 '뺑뺑이'가 일상이 된 대도심 지역의 응급실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2024년 2월 28일 연합뉴스 보도 내용. 기사 바로가기 https://www.yna.co.kr/view/AKR20240227133600530?section=search
응급실 앞에는 연일 긴 줄이 늘어섰다. 하염없이 차례를 기다리는 주민들, 상황도 모른 채 불안에 떠는 경증 환자, 지역 요양시설에서 그저 구급차에 실려 온 고령 환자, 그리고 사경을 헤매는 중증환자가 모두 뒤섞여 매일 홍역을 치렀다. 전화 통화에서, 병원 문 앞에서 번번이 “환자 수용이 어렵다”는 거절을 들으며 거리를 헤맨 구급대원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받은 구급대 재이송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10일까지 ‘전문의 부재’ 사유로 구급차가 환자를 재이송한 사례는 955건이나 됐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밀고 들어 온' 환자를 받자 짜증이 난 의료진, 그리고 불안에 떠는 환자를 두고 조정을 해 주려는 권력은 없었다. 정부는 초창기 ‘면허 정지’를 외치며 의사단체에 대해 강경 대응을 시사했으나 이는 사실상 사태를 악화시켰을 뿐이었다.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코로나19 시기부터 숱한 ‘병상 배정’ 실패 사례를 통해 지역 의료기관을 통제, 조정할 만한 역량이 없음을 드러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운영하는 응급의료 상황판에는 연일 '수용 불가' 메시지가 떴다. 의사가 없어서, 의사가 있어도 '그 처치'는 전문이 아니니까, 병원의 규모가 작아서, 장비가 없어서… 이유는 다채로웠다.
◇국립중앙의료원 통합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에 뜬 ‘진료 불가’메시지. 2024년 8월 11일 검색.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